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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안방 1열

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 3,4회(2화) 리뷰 - 녹색 옷을 입은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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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치사로 복역하고 나온 박지혜를 죽인 범인은 사건 이후 그녀를 예의주시하던 의사 박용태였다. 그는 차우경(김선아)의 직장인 한울센터에 오던 봉사자로, 사고로 아내와 딸을 잃었다는 불행한 사람. 출소 이후 박지혜를 집요하게 쫓아다니며 기어코는 그녀를 불러내 약물을 주입하고 불태워 죽였을 거라는 것으로 경찰은 결론을 낸다.

 

박지혜를 죽인 후, 왠일인지 그는 고향집으로 내려가 스스로를 자해하였고 결국 자살하여 죽었는데, 그의 유서에는 "자기 자식을 죽인 악마를 처단했다'라고 적혀있었다. 죄 지은 죄를 단죄하고, 스스로도 죽었다는 건데, 뭔가 석연치는 않다. 이렇게 시시하게(?) 끝날 일은 아닌 것 같은데... 여전히 초록색 옷을 입은 여자 아이의 정체는 오리무중에 빠지며 차우경은 딸인 은서를 잃을 뻔한 충격으로 그만 유산하고 만다.

 

 

 

뭐 물론 은서때문만은 아니라, 교통사고로 인한 그간의 정신적 충격까지 더해져서 그런거겠지만.... 볼록한 배가 티가 나서 임산부임이 한눈에 드러나던 그녀가 갑자기 다음장면에서는 날씬한 모습으로 복직까지 하는 모습에 과연 아기는 어떻게 되었을까 싶었다. 뱃속에 아이를 잃고, 남편과의 사이도 틀어졌다. 기어코 불륜 소재를 끌고 오는 것인가 싶었던 굉장히 멀쩡하고 젠틀해보이기까지 한 남편은 회사 여직원이자 강지헌(이이경)의 전 여자친구였던 연주와 바람이 났고... 이 사실을 알고 분노한 차우경은 골프채로 남편의 차를 다 때려부신다(워후 연기력 후덜덜...).

 

뱃 속에 아이를 잃고, 남편도 잃고, 이대로 영영 아무것도 돌아올 것 같지 않은 마음에 분노로 가득찬 그녀는 부엌으로 뛰어들어가 식칼을 쥐고 남편이 있는 방으로 향한다. 그런데 그때, 녹색 옷을 입은 소녀가 다시 보인다. 아이는 우경의 앞에 나타나 분노로 움직이던 그녀의 행동을 멈추게 한다. 문뜩 이 아이의 정체가 알것도 같은 느낌인데.... 옆에서 띄엄띄엄 드라마를 보던 내 창조주께선(스토리 파악을 전혀 못하심) 저건 분명히 우경의 과거(를 투영한 것)다! 라고 했지만 나는 그렇게 드라마를 쉽게 만들었겠어!!! 뭔가 다르겠지!! 하며 쓸데없는 디펜스를 쳐보았다.

 

이제 고작 이틀째 방송했는데 뭐.. 그리 쉽게 정체의 실마리를 주겠어. 단정짓지 않고 일단 열심히 드라마를 볼테다.

 

 

등장인물 소개에서 도통 뭐하는 사람인지 알려주지를 않던 전수영(남규리)의 역할은 경찰이었다. 아... 그렇구나..... 다나까 말투를 구사하는 인형같이 생긴 그녀의 외모와는 둘째치더라도 아직 다나까 말투의 목소리가 좀 어색한 느낌이었지만, 짧은 단발머리에 가죽라이더재킷을 입은 모습이 너무 멋있어서 패스. 박용태의 자해를 막아보려고 맨손으로 칼을 쥐던 모습으로 첫등장했는데, 알고보니 첫 출근날 직장에 팀원이 아무도 없어 한참을 기다리다 겨우 강지헌의 소재를 파악했고, 차로 꽉 막힌 도로를 오토바이를 타고 오느라 지헌보다 먼저 도착했던 것. 이 진지한 드라마 상황에 다소 코믹한 설정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범상치만은 않은 오오오오라를 뿜어내는 전수영과 강지헌은 한 팀이 되었고, 또 다시 살인이 일어난다. 버려진 차 안에서 어떤 남자가 죽어 있다. 그리고 이전과 마찬가지로 사건현장에서 시(詩) 구절을 발견한다. '짐승스런 웃음은 울음같이 달더라'. 원작시는 서정주의 입맞춤. 또 서정주 시인이다. 뭐지, 뭔 이유가 있나?

 

입맞춤 - 서정주

 

 

가시내두 가시내두 가시내두 가시내두
콩밭 속으로만 자꾸 달아나고
울타리는 마구 자빠뜨려 놓고
오라고 오라고 오라고만 그러면

 

사랑 사랑의 석류꽃 낭기 낭기
하늬바람이랑 별이 모두 우습네요
풋풋한 산노루떼 언덕마다 한마리씩
개구리는 개구리와 머구리는 머구리와

 

구비 강물물은 서천으로 흘러 내려---

 

땅에 긴 긴 입맞춤은 오오 몸서리친
쑥잎풀 지근지근 이빨이 희허옇게
짐승스런 웃음은 달더라 달더라 울음같이 달더라

 

 

 

죽은 남자의 아내 동숙(김여진)은 느낌이 묘하다. 전수영이 취조하던 중, 동숙은 남편이 죽은 자리에 그가 남기고 간 돈이 있다는 것을 알고서는 그 돈 자기 주는 거냐고 묻는다. 돈이 없어 통신비도 내지 못해 핸드폰도 없다는 동숙의 가난함을 감안해도 굉장히 소름끼치는 반응이다. 그리고 그녀는 집으로 달려가 미친듯이 서랍을 뒤지며 뭔가를 찾는다. 그녀가 찾아낸건 남편의 사망보험증서. 어마어마한 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그녀는 딸에게 아빠 죽었다며 미친듯이 소리내어 웃는다. 그녀의 짐승스런 웃음이 울음같이 단건지는 모르겠고, 인간인 척하는 울음이 짐승스런 웃음인 것 알겠다.

 

박지혜의 죽음에도 사실 뭔가 더 있는데. 분명히 뭔가 더 있다. 그것이 동숙의 사건과 어떻게 연결이 될지. 등장인물 소개를 보면 주연배우 4명이 모두 한명씩 어린 아이들을 안고있다. 우경의 경우는 녹색 옷을 입은 바로 우리의 미스터리소녀. 지헌은 여자아이의 뒷모습만 보여서 잘 모르겠고, 전수영의 경우는 유일하게 남자아이를 안고있다. 아직 드라마에서 나온 남자아이는 우경이 상담을 하던 시완이 하나뿐이니, 그 아이일 거 같긴 하고 (시완이는 이번에 친구가 죽는지 안죽는지 궁금해서 계단에서 친구를 밀어버렸다. 그 전에는 스스로 계단에서 구르기도 했고. 얘도 뭔가 되게 까리하다). 잃어버린 줄 알았던 은서와 실은 재밌게 놀고 있던 한울센터의 시설관리자로 잠깐 등장한 이은호(차학연)이 안고 있는 아이는 웃고 있어서 좀 아리까리하긴 한데 동숙의 딸아이와 닮은 것 같기도 하고....?

 

 

별생각이 없는데 인물들이 지키고 있는 아이들에게 뭔가 사연이 있어보인다. 그런데 이은호가 되게 까리한데. 그와 함께 있는 아이만 밝게 미소짓고 있다. 정작 그의 표정은 굉장히 어두운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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