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가 이렇게 어려워도 되는가 싶으면서도 몰입감이 너무 높아 앉은자리에서 기어코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았다. 치열한 수목드라마 경쟁이 예상되는 가운데, 먼저 스타트를 끊은 드라마 중 도대체 이 드라마는 뭘 하고 싶어하는건지 티저를 아무리 뜯어봐도 1도 모르겠어서 궁금증을 자아내던 붉은 달 푸른 해를 선택했다.
살인이 일어나는 곳에는 시(詩)가 있다.
기획의도를 읽을 때는 대체 이게 뭔소리인가 싶었는데, 1,2회의 소제목이자, 살인사건에 남겨져있던 단서는 바로. '보리 밭에 달뜨면'. 그리고 2회의 엔딩, 자신이 차로 치어 죽게 한 어린 남자아이의 유품에서 이 구절을 발견한 차우경(김선아)는 자꾸만 구절을 반복하더니 이어지는 부분을 생각해낸다. '애기 하나 먹고'
시(詩)가 곧 사건의 열쇠이자, 이 드라마의 시작이다.
원작 시는 서정주 시인의 '문둥이'라는 작품이다.
문둥이 - 서정주
해와 하늘 빛이
문둥이는 서러워
보리밭에 달 뜨면
애기하나 먹고,
꽃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
이 길지도 않은 시가 굉장히 의미심장하고 섬뜩하게 느껴지기 시작한 것은 드라마의 힘이었던 듯 싶다. 사실 한센병 환자의 아픔을 그리고 있는 슬픈 시였는데, 갑자기 무서워졌다.
보리밭에 달이 뜨면 애기하나를 먹는단다. 아동학대치사로 2년간 복역했던 여자가 출소한지 얼마되지 않아 어두운 어느 밤, 차와 함께 불에 탄 시체가 되어 발견된다. 그녀의 집에 남겨져있던 남편과의 사진에 쓰여져있던 글귀 역시 '보리밭에 달 뜨면'이었다. 삐뚫빼뚫한 것이 마치 어린 아이의 글씨와도 같다. 부부가 죽였던 자기 자식의 글씨였을까 싶은데 혹은 차우경이 보기 시작하는 초록 옷을 입은 어느 어린 여자 아이의 글씨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 자식을 죽였던 부부 중, 아내가 먼저 출소했다. 이것은 마치 보리밭에 달이 뜨는 것처럼 어떤 사건의 시작점이 되었고, 그녀의 죽음과 더불어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남자 아이도 죽었다. 병을 낫기 위해 애기 하나 먹어(아이의 간을 먹어) 죽인 것처럼, 차우경이 남자 아이를 차로 치어 죽게한 것이 의미심장하게도 유사한 느낌이다. 그렇다면 문둥이는 누구를 가리키는 것일까.
차우경은 왜 초록 옷을 입은 여자 아이의 환상을 보기 시작했을까. 아이는 마치 길잡이라도 되는 것마냥 차우경의 행동을 이끈다.
2018/11/22 - [감상문/안방 1열] - MBC 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 알아보기 - 기획의도/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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